알디메올라X박주원 '전설의 재연'… Saturday night in Seoul 2022. 10. 23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전율의 3중주. 이 신들린 3중주를 플레이어에 올려놓자마자 당신은 이내 이들의 처절한 핑거링에 소름 끼치게 될 것이며…” 전설의 기타 연주 앨범 ‘Friday night in San Francisco’의 한국판 LP(1986년) 해설지에서 팝 칼럼니스트 전영혁은 흥분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극찬을 바쳤습니다. 이 극찬에 조금의 과장도 없음을, 앨범을 들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입니다.
이 앨범은 잘 알려져 있듯 알 디 메올라, 존 맥러플린, 파코 데 루치아 등 극강의 기타리스트 3명이 1980년 샌프란시스코 Warfield 극장에서 일합을 겨룬 실황을 담은 것입니다. 어쿠스틱 기타 3대만으로 보여준 이들의 연주는 가히 “충격”이라 할, 기타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이로운 경지였습니다. 모든 연주가 탁월하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곡은 A면 1번 트랙 ‘Mediterrenean Sundance / Rio Ancho’입니다. 이 곡에서 알 디 메올라의 엄청난 피킹 속주도 놀랍지만, 파코 데 루치아는 이를 핑거링으로 맞서는 위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앨범으로 스페인의 기타 영웅 파코 데 루치아는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8년 전 세상을 떠나고 없습니다.
지난 15일(토) 알 디 메올라가 내한공연(LG아트센터)의 엔딩곡으로 바로 그 전설의 곡 ‘Mediterrenean Sundance / Rio Ancho’를 연주했습니다. 익숙한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믿기지 않게 알 디 메올라 옆에는 한국의 박주원이 앉아있었습니다. 바로 파코 데 루치아가 앉았던 그 자리입니다. 박주원이 이 날 협연을 위해 들고 나온 기타도, 파코 데 루치아의 분신과도 같은 Conde Hermanos(꼰데 에르마노스) 모델이었습니다. 198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전설의 시간이 다시 서울에서 재연되는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한국 대중음악사는 이 순간을 마땅히 오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두 기타리스트는 가벼운 트레이드로 손을 푼 후, 곧장 저 유명한 리프를 유니즌으로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알 디 메올라의 질풍 같은 피킹에, 파코 데 루치아가 그랬듯 박주원이 호연한 핑거링으로 맞섰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이어진 둘의 솔로 연주에 객석은 숨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8분30초에 이르는 긴 연주가 끝나자 극장이 떠나갈 듯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알 디 메올라가 “Wondeful guitarist of your country’라고 소개했듯, 박주원이 이 날 보여준 연주는 정말 ‘원더풀’했습니다. 박주원이 파코 데 루치아의 영혼을 담아, 알 디 메올라와 함께 써 내려간 2022년 10월15일 LG아트센터의 시간을 이제 ‘Saturday night in Seoul’라는 이름으로 기억해도 좋겠습니다. 빈 자리 하나 없이 객석을 채웠던 관객들이 그 시간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아직도 흥분의 여운이 남아있는 ‘서울의 토요일 밤’에 머리 숙여 인사를 바칩니다. (사진 제공: 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