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로 듣는 재즈의 참맛, 말로의 [MALO LIVE AT MUDDY] 2025. 08. 13 말로

지난 겨울 내내 광장에서 머무는 동안 수많은 음악가가 공연으로 연대했다. 그들의 노래와 발언은 추위를 녹이고 희망이 들리게 했다. 말로는 그 가운데 유독 큰 박수와 환호를 받곤 했다.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보컬리스트 중 하나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을지 모르지만, 15분 남짓한 시간 동안 공연하고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전에 준비를 단단히 하고 리허설도 했지만, 그저 음악만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노와 좌절이 감도는 자리였다. 어느 콘서트나 페스티벌보다 다양한 정체성과 취향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이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다는 것은 열린 공간과 추위라는 한계를 뚫고 노래가 솟구쳐 올랐다는 의미다. 그 노래가 모두의 심장으로 날아가 박혔다는 뜻이다. 지난겨울 한 번이라도 광장에서 말로나 카리나 네뷸라의 라이브를 보았다면 동의할 것이다. 말로의 노래는 다른 정체성과 지향을 가진 이들을 뒤흔드는 힘이 있다. 대중성이라고 해도 좋고 보편성이라고 해도 좋다. 말로는 재즈를 모르는 이들조차 반하게 되는 자유로움과 마력을 내뿜는 재즈 보컬이다.
지난 7월 24일 발표한 말로의 라이브 음반 [MALO LIVE AT MUDDY]는 말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기록이다. 말로는 군산의 재즈 클럽 머디가 문을 열기 전인 2024년 5월 30~31일까지 이틀 동안 노래했다. 이틀 동안 부른 노래 중에 열세 곡을 음반에 담았다. 칙 코리아의 로 시작해, 베티 카터의 , 루이즈 봉파의 로 이어지는 스탠다드 곡들은 시드니 베셰, 앤 로넬, 에그베르투 지스몽티, 헨리 맨시니,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조지 데이비드 와이스를 넘나든다. 연주는 피아니스트 이명건, 기타리스트 황이현, 베이시스트 정영준, 드러머 이도헌이 맡았다. 오래도록 말로와 호흡을 맞춘 베테랑 연주자들이다. 녹음은 황병준, 장영재, 조보문이 맡고, 믹싱은 윤정오가 진행했으며, 마스터링은 황병준, 장영재가 담당했다. 실력을 의심할 필요 없는 엔지니어가 함께 만든 음반이다.
스캣으로 이름난 말로답게 첫 곡에서부터 펼쳐지는 스캣은 분명 말로의 목소리이지만 그 순간의 앙상블은 말로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여러 악기가 만들어내는 리듬감과 경쾌함, 여백과 고독감, 부드러움과 따스함까지 이번 음반의 수록곡들은 다양한 질감의 사운드를 아우른다. 하나의 곡 안에서도 수많은 변화의 순간들이 이어진다. 한순간도 흘려듣기 힘든 연주와 보컬의 멋진 앙상블은 고전적인 재즈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한다.
말로는 확실히 토속적이며 한국적이다. 깔끔하기보다는 끈끈하고 세련되기보다는 마술적이다. 게다가 단선적이지 않은 보컬은 곡의 속도와 빛깔에 따라 목소리의 두께를 바꾸고 높낮이를 조절하며 능수능란하게 노닌다. 곡마다 큰 격차는 이것이 한 사람의 목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목소리도 악기라면 말로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명기다. 정규음반으로는 미처 담지 못했던 즉흥연주의 진면목을 담아낸 음반은 역시 재즈의 본령은 라이브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싱글로 일부만 들을 게 아니라 첫 곡부터 끝 곡까지 연달아 들어야 할 음반이다. 우리에게 이런 재즈 보컬이 있다고 알릴만한 라이브 음반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사실이 이번 음반의 유일한 단점이다.
/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